감사했습니다.

여행자숙소 마당 영업을 종료합니다. 

이용해주신 모든 여행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행자숙소 마당의 마당쇠입니다. 

여행자숙소 마당은 
2015년 4월, 여행을 좋아하는 청년이
연고도 없는 충남 부여에 정착하면서 조성하였습니다.

당시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모텔과 리조트 외에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부여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유적
그리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지역이었습니다.

이 불편을 해결한다면
부여의 매력을 더욱 편하게 느끼고 가지 않을까? 

그러던 중 뚜벅이 여행자들을 생각하여
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구옥을 어렵게 빌렸습니다.

당시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귀신 나올 것 같은 구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겠다는 아들 모습에 땅이 꺼져라 한숨 쉬며
걱정 가득했던 부모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당쇠는 6개월에 걸쳐 손수 고쳐나갔고, 
지금의 여행자숙소 마당이 조성되었습니다.

오픈 첫 날, 처음 손님을 받고
부엌이 제대로 세팅되지 않아서
새벽 일찍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들고
손님 방문에 걸어두고 문자를 남겼었습니다. 

혹시 늦잠을 자고 싶은 여행자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 방문 앞에서 발을 동동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도 하루종일 가족들과 노래불렀던 미군가족,
핀란드에서 온 도보여행자 구메로스,
발에 물집 가득했던 국토대장정하는 청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가족없이 혼자 시험을 치러 온 수험생, 
별의별 민원 때문에 힘들다던 어느 공기업 신입사원, 
부여에 집을 구하기 위해 며칠 도미토리에서 묵은 이주자 등등

참 많은 추억과 인연이 스쳐지나간 곳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별입니다. 

여행자숙소 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연꽃이 한껏 피어오른 7월의 궁남지
단풍이 백마강과 함께 절경을 이루는 10월의 부소산
그럴때면 6인 도미토리에도 자리가 없어서 
여행자들을 받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봄에 떠나는 여행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던 설에
집주인께서 부동산임대 재계약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 직접 사용할 것 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여행자들과 웃고 떠드느라 
현실을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의 계약 종료가
단순히 사업의 종료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손길 하나 하나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그 곳
그리고 여행자들과 울고 웃었던 기억들과의
이별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다가온 이별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여행자숙소 마당은 영업을 종료하고
올해 4월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려합니다. 

부여로 놀러와주시고
조금 불편해도 유쾌하게 이용해주신
많은 여행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20.01.23. 
봄 맞이를 준비하던 설날에
마당쇠 드림